2025.01 논문 읽는 습관 돌아보기 (with 조언 수용)

2025. 1. 27. 00:50Paper/How to read

 

    🔥 고민: 논문을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나는 영화 <어바웃 타임>을 좋아한다. 주인공 팀의 아버지는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는데, 그걸 이용해서 읽고 싶었던 수많은 책을 읽는다. 하고 싶은 일에 무한한 시간을 쓸 수 있다니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실제 시간의 한정되어 있다. 학부 졸업 전 대학원 진로를 정하기 위해 열심히 논문을 읽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10 to 9 졸업프로젝트 개발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도 분명 평일 늦은 밤이나 주말 시간은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논문 하나를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논문을 골라서 읽기 시작하면, 재밌는 감정과 동시에 끝부분까지 잘 읽어내려면 얼마나 걸릴지 부담감도 생겼다.

     

    🔥 나는 지금까지 논문을 어떤 방식으로 접했을까?

    내가 논문을 많이 접했던 시기는 3번 정도가 떠오른다.

     

    처음 논문을 접한 건 고등학생 때였다. 교내 논문 대회에 참가하면서 여러 논문을 읽고 인용했다. 제대로 된 인용이라기보단 요약과 어색한 편집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뇌파 측정 기기로 친구들의 뇌파를 분석해 보는 실험은 재밌었다. 대상을 받고 잠시 으쓱했지만, 지금 다시 읽으면 논문이 아니라 보고서 같다. 하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잘 정돈된 글에 대한 존경심,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학부 연구생을 할 때였다. 아는 것이 많이 부족한 나였지만, 감사하게도 저널 발표에 끼워주셨던 기억이 난다. 이때는 이상하게도 논문을 고르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골라야 하는 걸까? 내가 재밌는 걸 고르면 되나? 그래도 이해는 할 수 있을 만한 걸 골라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질문이 스쳤다.

     

    욕심내서 고른 논문을 읽다 보면 나는 아는 척하고 있는데 모르는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특히 줄글보다는 도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내가 명확히 모르는 통계 기법, 사용해 보지 않은 툴로 상세히 분석한 결과를 보고 있으니 참 난감했다. 그래도 나는 잘 몰랐던 어떤 토픽에 대해 최근에 이런 연구가 이뤄지고 있구나, 100% 이해는 어렵지만 중요한 부분은 여기구나 하나씩 찾는 과정은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졸업 논문을 쓸 때였다. 리뷰 논문이면 그래도 논문 ㅇㅇ 개 정도는 인용해야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주 읽을 논문의 종류와 작성할 단락을 정해놓고 약간은 기계적으로 읽었다. 다른 학부 수업을 많이 들으면서 짬짬이 몇십 개의 논문들을 탐색하려니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원하는 논문을 스스로 고를 수 있고 나한테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는 시간이 꽤 좋은 면도 있었다. 참신한 주제의 논문을 읽는 날은 더 힘이 났다.

     

    난 여전히 논문이 어렵다.

    나보다 똑똑한 수많은 사람들이 훨씬 긴 시간을 공부하며 일궈낸 결과물인데, 이게 당장 쉽기를 바란다면 당연한 욕심이다.

    그래서 오늘 한 발짝이라도 나아지기 위해 생각을 정리해 본다.

     

    🔥 내 습관을 철저히 분석하기

    1. 읽는 시간이 길어지면 '분석'이 아닌 '해석'에 그친다.

    하나의 논문을 오래 붙들고 있다보면, 조바심에 깊이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고 적당히 해석만 하고 넘어간다. 선행 연구를 찾는 이유는 배경지식 습득도 있지만 영감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을 것이다. 단순한 해석만으로는 논문의 가치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을 것 같다.

     

    2. 장애물을 만났을 때 종종 잘못된 대응을 한다.

    나에게 장애물은 어떤 연구 분야에서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어려운 전문 용어 혹은 유난히 복잡한 문장이 반복되는 단락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어떤 전문 용어를 잘 모르겠으면 검색을 해보았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두 개씩 몰라도 건너뛰게 되었다. 모르는 용어 하나를 검색하려던 게 조금씩 파다 보면 몇 시간이 지나기도 해서 그랬다. 100% 이해하려는 욕심과 대충하려는 태만 사이에 어느 지점에 있어야 할지 헷갈리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습관이 아닌 건 분명하다.

     

    또한, 수식어구가 수없이 등장하는 복잡한 문장을 보았을 때 번역기를 빌린다. 쓱쓱 잘 읽히는 문장도 있지만 끝날 듯 계속 안 끝나는 문장을 만나면 살짝 두렵다. 현재 논문을 읽는 목적은 연구 내용을 알아보는 것이지만, 앞으로 계속 논문을 읽을 거라면 이런 문장들도 피하지 말고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3. 핵심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과하게 해석하려는 것이 어쩌면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논문 전체를 꼼꼼히 읽는 것도 좋지만, 핵심과 인사이트를 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 논문 읽기에 대한 조언 수용하기

    -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연구를 할 것인지 주제를 정하는 것이다.

     

    - 해당 분야에서 어떤 난제가 있고, 그것을 내가 어떤 독창적인 접근법을 통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 연구실에서 이전에 진행한 논문들과 관련 분야의 리뷰 논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리뷰 논문은 최근 동향이나 응용을 종합적으로 서술한다. 리뷰 논문을 통해 백그라운드를 쌓아나가고 그것을 통해서 최근에 난제를 해결했는지 관련 논문을 읽는다. 남들과는 다르게 난제를 극복할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 좋은 논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지표가 있다. 임팩트가 높은 저널에 속한 연구들은 좋은 연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피인용 수가 높은 논문들이 남들에게 주목을 받는 중요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 처음에는 빠르게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읽는 것, 해당 분야에서 서술하는 언어와 접근법에 대한 지식을 넓혀나가야 한다. 리뷰 논문을 빠삭하게 읽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모르는 것이 나오면 선배님이나 교수님께 여쭤보거나 레퍼런스를 타고 들어가서 공부해 본다.

     

    - 백그라운드가 쌓인 후에는 스키밍이 가능하다. 먼저 제목과 초록을 보면서 어떤 연구인지 파악한다. 피규어를 간단히 넘겨보면서 개념과 분석 방법을 확인한다. 서론과 결론 부분에 드러나는 난제와 접근법을 본다. 그 후에 본문을 읽으면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다.

     

    - 배경지식이 논문에서만 쌓이는 것은 아니다. 대학원 수업에서 배우는 지식들도 잘 소화하면 도움이 된다.

     

    출처: https://youtu.be/kT0gqsjoHOM?feature=shared

     

    - 논문 읽는 것은 디테일이 중요할 때와 빠르게 큰 그림이 필요할 때 상황으로 나눌 수 있다.

     

    - 디테일이 중요한 경우: 인터뷰 준비하면서 이야기할 내용 챙길 때, 논문 세미나 준비, Candidacy 시험 직전에 committee 교수님이 논문 하나 재미있다고 하며 주실 때

     

    * 디테일 하게 읽는 방법: Abstract - 결론 - Figure & Table - 결과들을 최대한 분류 (아이패드로 손을 많이 사용하면서 정리)

     

    - 빠르게 큰 그림이 필요한 경우: 새로운 분야를 만났을 때, 급하게 다른 분야의 논문을 읽어야 할 때, 갑자기 Intro 써 놓은 것을 더 넓히고 싶을 때

     

    * 빠르게 읽는 방법: Abstract - 결과까지 넘기면서 Figure & Table 확인 - 결과 - Intro 보면서 배경지식 공부 (컴퓨터 Mendeley를 사용. 하이라이트 색 구분을 하며 읽음. Evernote에 키워드 검색 가능하게 정리.)

     

    출처: https://youtu.be/jUdoQAgF9l0?feature=shared

     

    - 거의 모든 논문은 두괄실으로 이루어져 있다. 빠르게 읽을 때는 문단의 첫 문장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 논문을 읽는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크게 연구 동향 파악, 연구 알고리즘 파악, 연구 결과 파악이 있다.

     

    - 연구 동향을 파악하려는 경우, 논문의 Introduction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서론은 논문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에 대한 배경들을 언급한다. 서론에서 전체 레퍼런스의 중 높은 비율을 인용한다. 첫 문장을 중심으로 문단의 내용을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내용이 있는 문단만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 연구 알고리즘을 파악하려는 경우, 보통은 본문을 보아야 한다. 본문을 보기에 앞서, Conclusion과 Result를 먼저 보면 좋다. 결론에서 정리하고 있는 내용을 파악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본문에서 필요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결론이 짧은 논문이라면 중요한 부분만 빨리 캐치하고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간다. 결론이 두 문단 이상이면 첫 문단은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경우가 많다. Abstract에서 전체 흐름을 충분히 파악했다면 첫 문단을 스킵할 수 있다. 결론에서 중심 내용의 번호를 붙여 표현했다면, 본문에서 관련 내용을 찾는다. 키워드가 포함된 문단 위주로 읽으면 효율적이다.

     

    - 논문의 본론은 알고리즘 부분과 실험 결과 부분으로 나뉜다. 연구 결과를 파악하려는 경우, 본론에서 실험 결과를 집중적으로 보면 된다. 실험 결과에서는 그래프와 그림 위주로 내용을 빠르게 파악한다. 그리고 도표를 설명하는 문단을 자세히 읽어보면 된다.

     

    - 논문을 빠르게 읽는 방법의 핵심은 내가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는 것이다. 점차 논문이 익숙해지면 읽는 부분을 늘려가면 된다.

     

    출처: https://youtu.be/sT4eiy4UeaY?feature=shared

     

    🔥 느낀 점

    논문을 읽을 때 어떤 부분이 힘들었던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스스로 알면서도 외면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고, 하나씩 고쳐나가야겠다. 그리고 전문가의 조언을 틈틈이 찾아보아야겠다. 경험에 기반한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